혜화동저녁모임_2022년 4월_전인적 교양인 괴테를 만나다
2022 혜화동 저녁모임
| 일시: 4월 18일(월) 저녁 7시 – 9시
| 주제: 공존을 위한 교양 - 전인적 교양인 괴테를 만나다
| 강연: 전영애 |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4월 18일, 공존을 위한 교양을 주제로 2022 혜화동저녁모임 첫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문호, 큰 정치인, 큰 과학자, 화가,
60여년간 쓴 대작 파우스트를 비롯하여 143권에도 다 못담을 글과 시,
2500여점의 그림, 평생의 식물연구와 지질연구, 40여년간의 광학연구 등.
이것은 한 인간으로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업적을 남긴 괴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와는 무언가 많이 달라 보이는 인물 괴테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었을까요?
"괴테는 언제나 지금 당면한 문제에 전적으로 정면대결을 했어요. 그렇게 글을 많이 쓴 이유도 간단합니다. 이것이(문제가) 무엇인가 알아보려고 한 것입니다.... 사랑으로 인한 고통과 문제 가운데 마리앤트의 비가라는 시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렇게 쓰였습니다. 괴테는 문제를 대충 넘어가지 않고 언제나 정면대결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문제가) 무엇인지 정말 정면대결을 했던 것 같고, 꾸준함이 더해지며 그렇게 많은 업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전영애 선생님은 괴테의 매력을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이라고 말합니다. 괴테는 당면한 문제로 인해 괴로워하지만 도망치거나 뒤로 물러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괴테가 글을 쓰는 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극복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행복하여라, 세상 앞에서
증오 없이 자신을 닫는 이
“자신을 닫는 것은 세상에 맞서기를 피하는 것이고, 문을 닫고 세상으로 안나가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미움이 없다는 게 놀랍습니다. 처음부터 미움이 없다면 뭔가 허구처럼 느껴집니다. 미움이 있을 땐 자기를 닫아요. 그런데도 그 근본에서 미움이 없다는 것, 저는 그게 놀랍습니다. 증오없이 자신을 열어라 했으면 기억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닫나요. 닫는 건 흔하고 보통인데 그 바탕에 미움이 없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닫을 줄만 알았지 마음에 미움을 안담을 줄을 몰랐던 것 같아요. 스물 대여섯 밖에 안되는 사람이 그것을 통찰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괴테는 이성의 고지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정신병원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괴테의 시절에도 기가 막히고 불합리한 세상이었던 것 같지만 그런 세상에서 증오 없이 자신을 닫는다는 것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수천 권의 책 속에서
진실로 혹은 우화로 그대에게 나타나는 것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바벨탑에 불과하다
사랑이 결합시켜주지 않으면
“사랑이 빠져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괴테는 일찍이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파우스트의 캐릭터 메피스토펠레스의 설정에서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옳은 말만 골라 하는지요. 그야말로 쿨하고, 시니컬한 그의 대사들은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바 있지만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빠져 있는 것 단 한 가지가 바로 사랑입니다. 그럼으로써 매끄러운 현대적 악의 화신이 참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었지요”
괴테는 우리에게 드러나는 진실조차도 사랑이 없으면 공허하다고 합니다. 진실을 잘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며 쉽게 보고 들으며 판단할 수 있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괴테로부터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은 ‘떨림’입니다.
“괴테는, 그 어느 연령에서든, 자연과 세상과 사람을 놀라워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소박함이 아마도 그의 위대함의 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전영애 선생님은 파우스트의 핵심 메시지가 전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떨림이 없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다 산 것이라고까지 말 할 정도로 무엇인가를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합니다. 놀람으로 뭔가를 들여다 볼 때 거기서 많은 관계가 맺어지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땅에 굳게 서게 된다고 말이지요.
호기심의 반대는 편견과 선입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이미 안다는 마음이 더 궁금해하지 않게 만들고 얄팍한 이해에 머물게 함으로써 오해와 편견이 쌓여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호기심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괴테라는 한 인물을 만나봅니다. 방대한 저작과 성취로 인해 거대하고 낯설게 보이기만 했던 괴테의 진정한 모습, 그가 가진 호기심, 그리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열림과 사랑의 태도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세상의 거대한 문제들은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함께해주신 전영애 선생님은 한 사람이라도 바르게 서서 더 생각하게 될 때 해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를 이야기합니다. 괴테와 같이 열림과 탐구의 자세를 가진 큰 사람이 세워질 수 있도록 ‘박수부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괴테와 같이 열림과 사랑, 경탄의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한 교양, 지식과 삶이 총화를 이루는 ‘공존을 위한 교양’을 소유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