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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전환 혜화동 저녁모임
| 일시: 10월 18일(월), 25일(월) 저녁 7시 – 9시
| 주제: 전환을 위한 철학 - 이반 일리치와 리 호이나키
| 강연: 박경미 |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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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용기를 줍니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를 좀 더 나은 인간의 길로 인도합니다. 

 

삶의 전환 앞에 우물쭈물하고 망설일 때, 
도덕적 의무감보다 현실이라는 벽이 핑계가 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용기입니다. 


2021년 혜화동 저녁모임, 전환을 위한 여정의 끝에
박경미 선생님과 함께 리 호이나키 선생을 만난 이유입니다.  

 

"리 호이나키는 시달리고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대면하기를 피하고 싶었던 이 시대의 정체와 직접 마주하고 또 그것을 거부하는 자신 없는 일을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박경미 

 

 

리 호이나키는 1928년 폴란드계 이민자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60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반 일리치를 만나고 1970년, 베트남 전쟁으로 대변되는 미제국주의 정책과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부도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자발적 망명을 했습니다. 이후 일리노이주의 실험대학이었던 생거먼대학에서 교직 활동을 시작했으나 1978년 생거먼 대학의 정교수가 된 직후 대학을 그만두고 귀농하여 농부가 되었습니다. 혜화동 저녁모임에서 살펴 본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는 망명에서부터 농부가 되기까지 한 지식인의 내적 삶의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리 호이나키가 생각하는 좋은 삶은 장소에 대한 경험과 결부되어 있고
하나의 정의로운 덕행으로서 애국심은 '장소에 대한 충성심'이라 합니다. 

 

 

진정한 애국자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할 만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조국이 저지른 범죄들에 저항하는 사람은 그 거짓을 폭로하는 사람이며, 위선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오만에 반대해서 투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애국자다. - 더글러스 러미스

 

 

"충성심이란 경계가 정해진 구체적인 한 장소에 속해 있으면서 그 안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선을 찾으며 나를 둘러싼 가까운 환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코스모폴리탄적이고 보편적인 인류애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타자들과의 친밀한 사귐이자 사랑이며, 거창한 언어로 표현되기보다는 나날의 반복되는 사소한 보살핌, 사려 깊음, 신중함 같은 행동들을 통해서 표현되는 삶의 습관으로서의 사랑이다... 내가 속해 있는 장소와 그 장소에 속한 존재들과의 관계에 충실한 만큼 나는 기쁨과 슬픔, 고통과 풍성함의 살아 있는 세계에 속해 있을 수 있고, 그만큼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그러므로 근대성을 특징 지으며 동시에 근대를 지탱시켜주는 역사적 과정은 뿌리 뽑힘, 즉 구체적인 장소로부터의 이탈이다." - 박경미 

 

 

그가 대학교수에서 농부로 삶을 전환한 이유도,
우리가 전환을 고민하는 이유도 장소에 대한 맥락을 상실한 채 
땅으로부터 뿌리뽑힌 삶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이웃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오늘날 우리 삶이 비참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희소성의 세계'가 전면에 나선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며(불과 2백여년)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 우리 인간은 
우연과 축복과 은총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반 일리치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짙게 드리운 경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며
희소성의 가치 대신 토착적 가치가 살아 생동하는  
유토피아적 현실로 결연히 나아갑니다. 
그것이 바로 전환입니다. 
시스템들의 지배에 맞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하는 것입니다. 

 

 

"호이나키는 무기력한 삶을 거부했고, 자신을 얽매어오는 시스템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좋은 세계와 좋은 삶, 즉 한 장소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세계를 향해 길을 떠났다. '오래된 거룩한 바보의 전통과 그 대열에 속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가능한 한 전면적인 낙오자로서 살기로 한 것이다'" - 박경미 

 

 

그렇다고 전환의 삶에 환상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악인들의 세계를 떠나 착하고 선량한 세계로 간다고 착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순박한 사람들과 마주한다는 기대감도 갖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호이나키에게 전환은 
뿌리깊은 고대 기독교의 전통에 충실한 믿음의 문제였습니다.  

 

 

믿음이란 성자들의 우정, 시인들이 묘사해온 감각적 기쁨과 고통스러운 드라마들, 이 지구상에서 서식하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을 경험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 리 호이나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삶의 전환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모두가 호이나키와 같은 삶으로 전환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런 답습 또한 
호이나키가 삶으로 거부하고자 했던 시스템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전환의 길이 있습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은 누구나 이 물음 앞에 서 있다. 그러므로 이 물음 앞에 얼마나 자주 서는가, 이 물음에 얼마나 진지하게 답하는가 하는 정도로만 나는 진실해질 수 있다.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등 온갖 모순된 딜레마로 구성된 세계와 나는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말과 쓰는 글은 내가 몸담아 살아가는 이 장소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또한 이 질문은 '내가 무엇을 이미 거부했으며, 아직도 무엇을 받아들이고 있고, 무엇을 마지못해 견디고 있는지를 살피는 규칙적인 성찰'(리 호이나키)의 과정이기도 하다." - 박경미 

 

 

우리에게 놓인 전환은 우리 앞에 놓인 아담의 질문입니다. 
아담을 향했던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책임감과 성찰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이고 
그 질문 앞에 스스로를 정직하게 세우는 
매순간과 모든 장소마다에서 전환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리 호이나키로부터 우리는 다시 용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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