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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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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비일상을 끝내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비일상이 일상이 되었고,

전지구적 생태위기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로인해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었고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왔습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주의 문명의 막다른 길을 질주하던 우리 삶을 가속화시켰을 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대상은 ‘코로나’가 아니라 ‘문명전환’입니다.

 

송석재단은 2017년부터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을

비전으로 생태전환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 속에 살면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왔고,

숲에서, 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체험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 왔습니다.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은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사고를 벗어나

공동체와, 자연과, 지구마을 이웃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자연을 대상화하고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나’와 ‘너’의 동등한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을 말이지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더불어 살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은 회복할 수 있을까?

생태전환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2023년 혜화동 저녁모임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왔던 이야기를 꺼내놓고 함께 고민해 보는 공론장이 되고자 합니다.

함께 모여 지혜로워지기를 바래 봅니다. 

 

 

공존을 위한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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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저녁모임이 7년째를 맞이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세계를 휩쓴 팬데믹은 혜화동 저녁모임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코로나가 인류에게 남긴 물음은 혜화동 저녁모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직 누구도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돌아보고 성찰하는 이들이 내어가는 다양한 답들이 있을 뿐.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의 끝에서 또 다시 문을 여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그 중 가장 절실하다고 여겨지는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 모든 것이 어색했던 일상의 변화들이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의 축적이, 삶의 변화들이

우리의 내면을, 우리의 가치관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지 두렵기도 합니다.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관계'가 거부되고, '혼자'가 당연해 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2년 혜화동 저녁모임은 몇 가지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책을 '함께' 읽고, 저자를 초청해 '대화'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도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할 것들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사유하고,

공존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시도해 봅니다. 



송석재단

 

전환을 위한 시작, 혜화동 저녁모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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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과 변화는 무엇이 다를까요?

변화(變化)는 기존의 상태를 고쳐서 바꾸는 일입니다.

전환(轉換)은 구르고 회전하여 새로워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나아가려면

특별한 계기나 큰 결심, 대단한 능력을 갖춰야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선뜻 전환을 말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전환’을 말합니다.

아마존과 호주에서 몇 개월간 꺼지지 않았던 산불,

동토 시베리아에서의 폭염과 미국 한여름의 폭설,

바다에서 떼죽음을 당한 악어와 고래,

일상을 뒤흔들어버린 바이러스의 등장까지

지구의 경고는 더 이상 전환을 미룰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전환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이 펼쳐졌습니다.

무엇을 전환할 것인지, 어디로 전환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지,

앞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을 모셨습니다.

 

사회적 상상력과 과학적 언어를 발판삼아 도약해보기도 하고

지구적 근대의 흐름과 2500년 전 맹자의 정치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자연 질서에 따라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끝에는 왜 전환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이유를 찾아나서야 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이유가 백 가지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또한 백 가지가 넘었습니다.

그래서 전환의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전환’이 아닌 ‘변화’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전환은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감각,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이었습니다.

2020년 혜화동 저녁모임 12개의 강연은

각기 다른 듯 보였지만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고 모든 생명이 제각기 자기의 생을 다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바로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전환의 방향이라고.

이제 방향은 정해졌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전환을 이루어낼 차례입니다.

당신은 어떤 전환을 이루시겠습니까?

마지막 남은 물음을 안고 2020년을 보냅니다.

 

 

송석재단

 

 

희망을 만드는 배움의 장, 혜화동 저녁모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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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일상에 생각의 쉼표를 던지며 시작했던 혜화동 저녁모임이
다섯 번째 해를 맞이했습니다.
첫 모임을 시작하며 던졌던 잔잔한 쉼표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큰 파도가 되어
묵직한 물음을 만들어 내가는 듯합니다.

혜화동 저녁모임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은 매 해 달랐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경쟁 사회
통제를 벗어난 기술과 인공지능 개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시대의 문제를 감지한 사람들은 혜화동에 모여
어떻게 문제를 대면해야하고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놓고 풀어나갈 것인지
함께 공부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불편하고 낯익은 얼굴을 마주하곤 했지요.
수많은 생명과 터전을 파괴시키는 근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問題)는 항상 물음을 업고 옵니다.
문제들은 해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매번 똑같은 물음을 인간에게 던져주고 갔던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2019년에는 그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더욱 부지런히 헤맸던 것 같습니다.
근대 중심적 사고에 가려진 고유한 문명,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해나가는 숭고한 마음,
진리에 복종하는 태도.
앞서 고민한 이들의 지혜를 배우며
인간다움을 회복할 실마리를 얻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 앞에서는
부끄럽고 절박한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매일처럼 기후 경고가 쏟아짐에도 태평하기만 한 모습.
이 모습에 던져진 ‘인간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답을 찾아야만 하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집니다.

인문학은 질문을 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제 물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앎과 삶을 일치시키는, 실천하는 인문학이 필요한 때이지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질문들은
변화로 나아갈 단단한 발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2020년 혜화동 저녁모임은
발판을 딛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희망이 필요한 시대.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혜화동 저녁모임에서 피어날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모여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송석재단

 

창조적 배움의 장을 꿈꾸는 혜화동저녁모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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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오래된 인문학적 물음을 혜화동저녁모임에 던져 봅니다.

2016년 3월, 처음 문을 연 혜화동저녁모임은 좋은 뜻과 가치있는 활동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고민하고 실천해온 각 분야 실천적 전문가들의 강의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는 절실한 길찾기였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혜화동저녁모임은 수많은 인연과 다양한 길들을 만났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혜화동저녁모임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좀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송석재단의 시작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혜화동저녁모임을 진행하는 송석재단은 1949년 송석 박문규 선생이 기업의 사회적 환원의 일환으로 설립한 비영리재단으로 해방직후 분단이라는 정치적 이유과 가난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갈곳을 잃고 떠도는 아이들을 돌보는 ‘도봉유린원’에서 시작되어 올해로 70주년이 되었습니다.

 

‘유린원有隣園’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으로 송석재단은 아동·청소년이 행복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주제를 시대에 따라 변주하며 활동해 왔습니다. 절대적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산업화시대에는 아동, 청소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했고, 자유로운 기회와 주체적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막막했던 민주화시대에는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문화체험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송석재단은 의도한 적은 없어도 자연스럽게 시대의 필요에 맞게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다시 급변하는 시대 앞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대는 마주한적 없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변화가 우리 삶을 압도하는 새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부할 것인가? 이럴 때일수록 멈춰 서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와 세류에 휩쓸려가기보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런 고민들이 2018년 혜화동 저녁모임과 만났습니다.

 

2018년 혜화동 저녁모임은 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강의가 펼쳐졌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청소년이 겪고 있는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교육철학을 다시 세워가며 다양한 영역에서 창조적 공부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습니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다른 것들에 비추어 바라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소중했던 배움의 여정이 채끝나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물음과 마주했습니다. “맛있는 차가 무엇입니까?”라는 제자의 물음에 “네 혀를 믿어라!”라고 답했다던 어느 스승의 대화처럼 무엇이 좋은 교육이고 배움인지 찾으려는 노력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 창조적 배움의 장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그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혜화동 저녁모임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꿈꾸던 즐거운 배움터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그렇게 준비된 긴 지적 여정에 함께 하실 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송석재단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가는 혜화동저녁모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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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작된 혜화동저녁모임이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합니다. 지난 한 해 혜화동저녁모임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소중한 말씀을 나누어주신 8분의 강사 선생님을 비롯해 한 달에 한 번씩 강의를 듣기 위해 꾸준히 걸음 해 주신 분들,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송석재단의 활동을 응원하며 후원회원이 되어 주기도 하셨습니다. 특별한 대상도, 특별한 형식도 없었던 혜화동저녁모임에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들이 생겨나는 것,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와 걸음마를 시작한 혜화동저녁모임에 격려와 온기를 불어 넣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고,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들 중에서 무엇을 더 의미있게 여길 것인가가 가치판단이라면 당장 시급하고 중요해 보이진 않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중요해질 일, 긴 삶의 호흡으로 봤을 때 우리 삶의 근본을 뒤흔들, 인류 문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일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송석재단에서는 미래세대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로봇인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당장 인간의 노동력을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성이 무너지고,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일입니다. 불현 듯 맞이하게 될 우리의 미래에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다시 정의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생활이 나만을 위해 흘러가거나, 그 사람들이 내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내 생활은 모든 사람에게 반영되어, 모든 사람이 나와 더불어 살아가게 되어야 한다.” 혜화동저녁모임의 2017년 화두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의 도래에 맞서 가장 인간다운 능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고, 내가 세상의 어떤 것과 서로 관계맺고 있는지를 아는 데에서 인간다운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 테마는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이었습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세상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 지구마을 이웃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글로벌 시민의식, 무엇보다 나 자신의 영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 이렇게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능력이 커져갈 때 어떤 미래가 우리 앞에 닥쳐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2018년에도 혜화동저녁모임은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들을 조금씩 키워갈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만 바라보고, 나만 바라보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더 둘러보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송석재단

 

편한 걸음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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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송석재단의 요청으로 혜화동 저녁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뜻과 가치있는 활동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은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특별한 대상도, 특별한 형식도 없었습니다. 학교가 끝난 학생들, 업무가 끝난 직장인들, 그 누구라도 퇴근길에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스라한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길을 밝혀 주듯이, 거창한 시대정신이나 이념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자기 삶의 철학을 갖고 활동해 오신 분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이 깜깜했던 누군가의 길을 조금이라도 밝혀 주길 바랬습니다. 어린 시절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 골목길에서 한참 뛰놀다가 밥 먹으러 오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옹기조이 모여 앉은 저녁식사 자리처럼 그날 있었던 하루 일과를 나누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소박한 모임이었으면 했습니다.

 

혜화동 저녁모임이 특별한 모임이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자기 삶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조금씩 시작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강의를 하는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관계 이외에도 일상에서는 전혀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새로운 인연의 불꽃이 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하나 둘씩 알아가고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지류가 모여 큰 강물이 되듯 어디든지 스며들 수 있는 물줄기가 될 수 있다면 혜화동 저녁모임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혜화동 저녁모임이 특별한 모임은 아니지만 특별한 모습은 있습니다. 세대와 종교를 불문한 다양한 사람들, 모든 관계에 있어서 격을 갖추면서도 자유로운 모습들, 각박한 도시 속에서 조금이라도 옛 골목길의 정취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낯선 사람들도 반갑게 반기는 스탭들. 혜화동 저녁모임은 그렇게 강의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안타깝게 사라져 가는 좋은 가치들을 지켜나가고 요즘 보기 드물게 사람냄새 나는 모임이었으면 합니다. 오래된 인연에서 시작했지만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가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혜화동 저녁모임은 누구에게나 열린 모임이었으면 합니다. 언제든지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누구든 삭막한 현실에 부대끼며 힘들고 지칠 때 잠쉬 쉬어가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강의를 통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삶의 지혜가 밥짓는 연기처럼 폴폴 피어나길 바랍니다. 작년 한 해 저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혜화동 저녁모임을 다녀가 주신 여덟 분의 강사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혜화동 저녁모임에 걸음 해 주신 많은 참가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17년 혜화동 저녁모임에도 지금까지처럼 언제든 편한 걸음으로 오세요. 저 또한 그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송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