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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송석아카데미 혜화동 저녁모임

일시 : 8월 17일(월)/24일(월) 저녁 7시 - 9시

주제 : 맹자, 마음의 발견

강연 : 배병삼 | 영산대 교수

 

코로나19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시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화되었고 ‘언택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고 말하지만,

점점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단절과 생존의 위협이 지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500년 전,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도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을 일러

‘환과고독(鰥寡孤獨)’한 자라고 말했는데요.

 

배병삼 교수는 맹자가 표현한 ‘환과고독’과 지금 우리가 겪는 단절은

별반 다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역사적 유례가 있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Here and Now,

철저히 지금 이 땅에 착안하여 맹자를 해석해보자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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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살던 시기는 근 550년간 전쟁이 지속되었던 춘추전국시대에요.

조선건국이래부터 1960년 까지 전쟁이 지속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장고한 시기동안 전쟁 중이었으니

사람이 사람다움을 형성할 수 있는 구성체가 다 망가져버렸겠지요.

 

알알이 개체화되고, 처지를 하소연할 데가 없는 상황.

그런데 이 모습이 어찌 익숙하지 않나요?

저는 혼술, 혼밥 먹으며 생존한다는 소식과 노인들이 고독사하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대가 전국시대와 다르지 않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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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인 화폐의 한자는 돈 전(錢)자입니다.

나는 이 글자를 보면서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전쟁 전(戰)은 창 하나이지만, 돈 전(錢)자에는 창이 두 개가 있는 것을 보세요.

 

전쟁을 하면서는 아무리 간 큰 놈이라도 창을 찔러 죽일 때,

상대방의 죽음에 움찔하면서 공포를 공유할 영역이 있었습니다.

 

전국시대가 창 하나의 값이라면, 자본주의 시대에는 창 두 개의 값을 치루고 있어요.

하루에 7~8명씩 공사장에서 죽어나가는데 아무도 입 떼지 않아요.

다들 값싼 것을 사고, 더 많은 화폐를 원하는데

그것이 난데없이 어떤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결과로 빚어져요.”

 

정치학자인 배병삼 교수는 서양의 정치학이 아닌 동양의 고전에서

자본주의의 인간소외에서 벗어날 비상탈출구를 찾아냅니다.

전국(戰國)시대보다 더 험악한 쩐국(錢國)시대를 살면서,

전국시대를 평화의 세계로 만들고자 한 맹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가 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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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텍스트에는 그저 윤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철학이 담겨있습니다.”

 

환과고독으로 낱낱이 쪼개지고 궁박해진 사태에 두려움을 느낀 맹자는

당대의 모든 사상을 살피지만, 결국 권력자에게 이익을 잔뜩 몰아주는 내용에 실망합니다.

 

“『맹자』 제 1장이 바로 이 구절이 나옵니다.

‘하필왈리何必曰利’

차고 많은 일 중에 군주는 하필이면 이익을 이야기하고 있고,

모든 사상들도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군주의 마음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맹자는 ‘하필이면 이익을 이야기하십니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맹자는 이익(利)이 아닌 인의(仁義)를 되살리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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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기획을 다시 시작한 맹자는 13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그 곳에서 공자를 만나 유교 프로세스를 완성합니다.

 

“공자는 살필 성(省)자를 말했습니다.

이는 외부에만 꽂혀있던 눈을 나로 돌려 성찰하는 눈으로 변화시킨 어마어마한 전회였지요. 공자의 말에 따라 맹자가 손가락을 돌려 내 안에 존재하는 심안의 세계를 살피다보니

인간 모두가 지닌 인간의 고유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맹자는 묻습니다.

만약 당신이 남의 마을을 급습하게 된 병사인데 수색 도중 어미를 잃은 아이를 발견했다면,

울다 지쳐 기어가던 아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요.

이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그 아이를 구해주고 길을 간다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맹자는 한 번 더 묻습니다. 왜 아이를 구해놓고 가냐고요.

아이 부모와 친교를 맺기 위해서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지요.

이 행동에는 ‘위하여’가 없습니다.

 

‘위하여’가 없는 이 마음.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불현 듯 튀어나온 측(惻)하고 은(隱)한 마음.

이 마음을 두고 맹자는 사람다운 특성의 단서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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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인의예지의 단서라는 것을 외고 있었지만,

더욱 유심히 살펴보아야할 단어는 4단(4斷)의 단(斷)이었습니다.

 

“『맹자』를 보게 되면 ‘孟子曰人之所以異於禽獸者幾希(인지소이이어금수자기희)’라 하지요.

사람의 금수와 다른 까닭은 극히 드물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맹자의 심성론이에요.

 

과학적으로도 사람과 침팬지 유전자 차이가 1.6%에 불과하다고 밝혀졌다 해요.

사람이 태어난 속성 가운데 98%는 짐승이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기가 이토록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맹자는 그래서 측은지심을 인(仁)의 ‘단서’라고 말한 것이에요.”

 

“서양이 천부인권이라면 동양은 천부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 것 땅 것을 지배하는 특권이 아니라,

그저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 있다는 말이에요.

특권이 아닌 특성으로 바뀌게 되면서 인간은 책임지는 존재가 됩니다.

신성의 실마리 씨앗 4개를 타고나서 1.6%의 가능성을 발현시켜야하는

도덕적 책무를 지닌 존재가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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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타고난 신성의 실마리 네 가닥을 발견하고, 발굴하고, 발현하는 것.

이것이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길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단계인 씨앗을 발견하는 일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가는 길목의 수신(修身)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유교에서 인간은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 사이’라는 의미이므로, 애당초 출신 자체가 사이 간(間)자에서 나왔어요.

나는 부모로부터 나왔으니 태생적으로 관계적 존재이고,

먹고 입고 죽는 것까지 남의 덕택으로 아슬아슬하게 존재해요.

 

관계적 존재라고 했을 때, 학연, 지연, 혈연 이런 식으로 연상하기 쉬우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가 자립할 때야만 관계를 제대로 세울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첫 출발이 수신(修身)입니다.

제 몸을 제대로 닦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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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평천하에 목적을 두었던 맹자는

몸을 닦아 사람의 본성을 깨닫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덕을 발현해서 정치화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유교는 사람이 가진 마음가짐을 통해서 시대를 다스려보겠다는 책무를 가집니다.

사람 속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나,

어떻게 하면 천하를 평화롭게 해야 하는지 까지 나아갑니다.

 

그래서 ‘Here and Now’ 지금 여기가 굉장히 중요해요.

나의 변화로부터 세상이 변하는 것이지요.

결코 하느님의 선물이나 국가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은 내 마음에 있다는 것입니다.”

 

“맹자는 발견된 선이 발현되는 에너지를 호연지기라고 표현해요.

호연지기는 일상생활 한순간순간마다 내 자리를 의식하는 것입니다.

저는 교수이므로 들어올 때, 강의 할 때, 나갈 때, 그리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스스로 교수가 맞는지 자문하고 자각해야한다는 말이에요.

호연지기가 가정, 마을, 이웃까지 점점 방사되어나가면 결국 평천하까지 나아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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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유교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고자 하는 정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맹자는 마음에서 돋아난 덕성이 피어나서

온몸으로 퍼져나가 의리를 밝히는 존재를 군자라고 말합니다.

남이 제 허물을 지적해 주는 것을 ‘듣고서’ 기뻐하는 자로,

좋은 정책을 조언해주는 이에게 절을 하는 우임금,

자기를 버리고 남을 좇고 남의 선을 취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즐겨한 순임금.

 

맹자는 이들의 우화를 통해 인민 속에서, 경청하고, 함께 더불어 이루는 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정치론을 펼칩니다.

 

“맹자에게 정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나 ‘대항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민들의 ‘사이’, 그리고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여민주의(with-the-people)’라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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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이 땅에도 맹자의 정치가 깊이 배여 있었습니다.

 

“조선의 건국도 맹자의 정치와 뗄 수 없습니다.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하며 도성의 네 문을 인의예지라고 이름 붙이고,

궁의 이름을 창덕궁(昌德宮), 그 안의 임금님 집무실은 인정전(仁政殿)으로 짓습니다.

덕을 통찰하는 집(昌德宮)에서 인의 정사(仁政)를 하셔서

환과고독한 사람들에 대해서 제일 우선 구제해야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지요.

 

종각에서는 원래 새벽 4시가 되면 사대문이 열리면서 종을 33번 쳤다고 해요.

임금님이 창덕하시라고요. 인의예지를 삼천리 방방곡곡을 펼치라는

이 땅의 건국이념이 아름답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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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시대에 대한 아픔과 두려움.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

희박하지만 선한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

맹자는 이러한 마음 위에서 당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십 년간 고뇌해왔던 것 같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희망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 온 삶을 걸었지만,

당시에는 그의 말을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난 지금, 『맹자』라는 책이 유산으로 남겨졌을 뿐이지요.

가상세계에서는 더욱 연결되지만, 실재세계에서는 더욱 외로워지는 시대.

이 시대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고자 한다면, 지금 맹자와 만나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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