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화동저녁모임_2019년 11월_성소수자와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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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송석아카데미 혜화동 저녁모임
일시 : 11월 18(월) 저녁 7시 - 9시
주제 : 성소수자와 성서
강연 : 박경미 교수 |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
올 한 해는 유달리 사람들의 입에 ‘공정과 평등’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평하고 올바른 상태’ 그리고 ‘차별이 없는 상태’를 원하지요.
그런데 내가 받은 차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던만큼,
내가 가하는 차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얼마나 될까요?
차별이 공기처럼 만연해진 지금의 세상에서는,
나의 위치에서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을 행할 수 있습니다.
11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선하다 믿어지는 것들로 자행되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박경미 선생님(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은 ‘성소수자와 성서’라는 테마를 가져오셨습니다.
선생님도 오래 전부터 성소수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개신교 단체에서 유달리 성소수자에게 폭력적인 행태를 벌이는 것을 보며,
어떻게 한 존재에게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할 수 있는가에 분노하셨다고 합니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는 늘 존재해왔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성소수자에게는 일상적인 언어폭력과 제도적 차별이 보란 듯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는 혐오행위는 ‘성서’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구절들이 동성애는 죄라고 해석된다는 점에 근거해서지요.
“그러나 성서는 과거 이스라엘 교회가 역사 속에서 하느님과 만났던 경험을 기술한 책이고,
이 때문에 성서는 인간적 경험과 주관, 편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성서도 틀릴 수 있습니다.”
성서는 2000년 전에 쓰였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제기되는 문제를 담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인간에 의해 쓰였고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완전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진리로 믿어지는 성서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꽤나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박경미 선생님은 성서를 정말 복음으로, 인간을 자유케 하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읽으려면,
성서 본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한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일은 비단 ‘성서’와 ‘성소수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동네에 중국인 들어오면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니야?’
‘장애인이 버스 탈 때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 더내야 하지 않나?’
막연히 쌓아올린 생각들은 이주민을 고립시키거나
휠체어 탄 장애인이 도로에 편히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기존에 믿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차별과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현실에 발을 딛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미 선생님은 이 때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진리에 복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차별이 구조화 된 시대, 의도하지 않고도 차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더욱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부지런히 나의 틀림을 발견하고,
배제당한 목소리들이 알려주는 옳음에 설득당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