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숲] 2021 인문의숲 2강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7월 31일 토요일 오후 4시, 인문의숲 2번째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뭐 입지?” 혹시 오늘 이런 고민하셨나요?
우리는 매일 옷장 앞에서 오늘 무엇을 입을지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무엇을 입을지, 어떻게 입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구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강의해주신 최기영 선생님은 옷에 대한 고민이 지구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최기영 선생님은 옷을 ‘기르는’ 경험을 통해서 통해 지구를 위한 실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라는 물음 하나로 7명이 함께 목화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만든 조끼입니다. 목화솜을 수확하고 조끼 하나를 만들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옷이에요. 굉장히 수고롭고 불편하게 만든 옷이지만 이 옷을 만들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죠. ‘내 손으로 무엇을 짓는 행위가 삶을 변화시켰다’ 라고 표현해요. 이전에는 몰랐던 옷에 대한 소중함을 처음으로 느꼈고 이렇게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서 옷 뿐 아니라 내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물들에 대해서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좀 아껴 쓰고, 그걸 만드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변화했어요“
목화농사부터 옷 제작까지 전 과정을 계속하지는 못하지만,
목화솜을 만지고 내 손을 사용하며 사물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던 그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화학교를 해오고 있습니다. 최기영 선생님은 이것을 ‘옷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라고도 표현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빠르고 쉽게 옷을 사입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입는 옷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패스트패션 산업을 떠올리게 합니다.
“패스트패션의 역사는 40년정도 되었어요. 산업혁명 이후 옷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들어오면서 패션이 산업이 된 거예요. 그러면서 자유무역과 함께 완전히 필요 이상의 옷을 만들게 된 거죠. 유행을 따라 1,2주일 단위로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러면 1년에 최대 50번의 사이클로 옷이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다양한 옷을 만들어서 너무 많은 옷이 버려지는 것이고요”
“방글라데시에는 약 40만 명의 소녀들이 옷을 만드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어요. 2013년에 이라나플라자라는 공장이 무너지고 1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어요. 이 사고는 부실 건물이기도 했지만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 공장주가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 일을 시킨 거예요. 건물에 금이 가 있는 거를 계속해서 이야기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은 이렇게 붕괴 사고로 이어졌거든요. 패스트패션은 결국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어린 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패스트패션 산업은 농약, 살충제, 폐수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뿐 아니라 인권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라벨이 붙은 청바지는 미국 텍사스에서 농사를 짓고, 로스캐롤라이나에서 실을 뽑고 직조를 합니다. 그리고 페루에서 재단과 재봉을 하고, 멕시코에 가서 워싱을 하고 전 세계로 판매됩니다. 이렇게 많은 나라를 옮겨가면서 만들어야 할까요? 더 싸게 만들기 위해서? 패스트패션은 더 싸게 만들고 싶은 사람과 더 값싸게 사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과정이에요”
패스트패션 산업의 홍수 가운데서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지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슬로패션은 유행을 쫓아가지 않고 오랜 기간 입을 수 있는 것을 말해요. 단순하게 토양, 물, 에너지, 생물 다양성 등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도 슬로패션이지만 그걸 넘어서 목화 농장이나 공장, 운송회사나 점포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슬로패션이고요. 또 나아가서 우리의 소비 습관, 그리고 재사용하고 수선하고 재활용하고 세탁하는 방법까지 다 슬로패션의 폭넓은 개념으로 보시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지구를 위한 슬로패션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최기영 선생님은 우리의 일상에서 슬로패션을 실천하는 3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직접성의 복원
“과정을 내 손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거예요. 더 싼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직접 내 손으로 그 과정을 조금만 경험해 보면 선택의 기준이 좀 달라질 수 있어요. 환경 파괴나 노동자의 희생, 노동의 가치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고요”
2.소비에 대한 태도를 바꾸자
“영국의 윤리적 패션의 개척자로 알려진 오솔라 드 카스트로는 “우리는 더 나은 제품만 요구할 게 아니라 더 나은 구매 습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라고 얘기했어요. 한 달만이라도 물건을 사지 않는 미션 수행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식재료를 제외하고 한 달 동안 물건 사지 않는 거 정말 힘들어요. 오래 입을 옷을 필요한 만큼만 사고.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든 옷을 사는 노력도 하시면 좋고요“
3.생활 태도를 바꾸자
”청바지 한 벌 만드는데 4인 가족이 5일에서 6일 정도 사용하는 물이 들어요. 이렇게 많은 물을 사용해서 만든 옷을 또 열심히 빨아요. 땀 나는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는 한 번 이상 입고 빨래도 모아서 빨고 세제는 화학 성분이 덜한 것을 쓰시고 에너지 소모가 정말 많은 건조기는 좀 덜 쓰거나 쓰지 않으면 정말 좋고요. 그리고 가능하면 오래 입고 재활용하고 바꿔 입거나 물려 입었으면 좋겠어요“
지구를 위해 이렇게 슬로패션을 시도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생태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H&M이라는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회사예요. 브랜드의 회사인데 아이러니하게 중고 의류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매출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하니까 제품들을 모아서 중고로 판매하고 있어요. 이제 빠른 패션보다 옳은 패션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이제 생긴 거죠”
일상의 소소한 실천들이 모이면 이런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기영 선생님은 강의 말미에 슬로패션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서투른 바느질이라도, 어설픈 손길이라도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고 과정에 참여해보는 경험이 생각보다 큰 성취감을 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구를 위한 슬로패션이 사실 나에게도 기쁨을 준다면 더욱 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오늘부터 우리도 한번 옷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