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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토요일, 2021 생태전환 아카데미 인문의 숲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2021 인문의 숲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하고 확실한 실천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실천들이 시작되었고, 입고 먹고 쓰는 삶의 구석구석을 지구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세계 곳곳 생태마을의 사례를 보며 점처럼 찍힌 개인의 실천을 선으로 엮어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지요.

 

생태적 삶은 현재 나에게 좋은 생활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삶이었습니다. ‘나’의 좋은 삶에서 ‘우리’의 좋은 삶으로 확장시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우리’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나이, 국경,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인도의 국제적인 평화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사티시 쿠마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어떻게 하면 나의 행동이 지구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미래의 강과 숲과 나무와 동물과 바다와 인류를 항상 염두에 둡시다.”

 

인간뿐만 아니라 강과 숲, 나무와 동물과 바다까지 염두에 두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전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 노력의 시작으로 인문의 숲 마지막 강의에서는 비인간존재에게 관심을 두며 우리의 영역을 확장시켜보았습니다.

 

30억년에 걸쳐 지금까지 밝혀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 수는 약 140만종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종은 무엇일까요? 『새들의 밥상』 저자 이우만 작가는 새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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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태 에세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나무와 야생동물 도감 작업도 했고요. 그런데 왜 하고많은 종들 중에서 새일까라고 묻는다면, 가장 관찰하기 좋은 야생동물이 새이기 때문입니다. 포유류는 대부분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 볼 수 없고, 사람과의 가까운 거리를 허락하지 않아요. 곤충은 계절성이 강해서 겨울에는 거의 사라져버립니다. 물고기는 물속에 들어가야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소리까지 내면서 자기 위치를 다 알려주잖아요.”

 

지금도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바깥으로 귀를 기울이니 삐비비-하는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도시와 농촌, 밤과 낮, 여름과 겨울, 숲과 바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새를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책 작업을 하며 처음 박새를 인지하고 본 이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서른 살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등산로, 공원, 아파트 정원에서 너무 흔하게 보이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요. 박새가 그 전까지는 희귀한 새였는데 갑자기 흔해진 걸까요? 박새가 몰래 피해 다녔던 걸까요? 아니겠죠. 아마도 이름을 모르고 관심이 없으니까 수없이 보고 지나치면서도 기억하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이우만 작가는 새들의 고유한 이름을 기억하는 것부터 관심이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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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유리새, 유리딱새, 쇠유리새라는 새가 있어요. 이름에 모두 ‘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요. 유리창의 유리를 의미하는 걸까요? 이 새들을 보면 모두 파란색이에요. 실제로 알아보니 유리라는 파랑색 광물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새들의 파란색이 특징적이어서 모두 ‘유리’가 이름에 들어간 것입니다. 행동 양식을 보고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어요. 시골 논에 가보면 부리를 넣고 휘휘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새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새가 바로 저어새입니다.”

 

하지만 다른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이름 하나를 머릿속에 넣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처음 새와 관련된 책 작업을 할 때, 인터넷에서 적당한 사진을 찾아서 똑같이 그려갔습니다. 저는 똑같이 그리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저자에게 가져가면 칭찬을 받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제가 그린 그림을 보시더니 ‘내가 알던 박새가 아닌데’라고 하시는 거예요. 부리가 좀 더 길어야한다던가 날개깃의 무늬가 달라야한다던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셨다면 바로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고개만 갸우뚱하시니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다음 약속 전까지 난감해하며 산책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기서 어떤 작은 새가 날아오더니 강변에 앉은 거예요. 박새였어요. 제가 박새를 인지하고 본 게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박새를 보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반짝거리는 눈, 작고 보슬보슬한 그 느낌! 저는 박새의 표면만 그렸던 거였죠. 느꼈던 대로 그려가니 책의 저자가 ‘제가 아는 박새가 맞네요.’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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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마음에서부터 엮이는 일입니다. 자연을 나와 떨어뜨려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 맺어나가는 행위이지요. 한 마리의 새에 관심을 두게 되자, 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이었는지 저절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우만 작가는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로 다른 생물종을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 혹은 한 마리의 새와 관계를 맺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뒷산에서 죽은 아카시나무에 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트는 장면을 처음 본 적이 있어요. 새끼를 키워 먹이를 주는 모습까지 기쁜 마음으로 관찰했었지요. 1년 뒤에는 그 둥지에 박새가 들어앉아 사는 것도 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그 나무가 잘려있는 거예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제게는 처음 딱따구리를 본 나무, 작은 새가 먹이를 먹던 나무였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다른 존재와 관계 맺어질 때에만 소중한 공간을 지켜내고 불필요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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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반짝거리는 강과 그림처럼 예쁜 하늘, 초록으로 뒤덮인 울창한 숲.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지구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결코 인간만이 만들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거미 한 마리나 풀 한 포기까지, 함께 살아가는 온 생명이 존재해야 비로소 지구가 되는 것이니까요.

 

나의 삶에서 우리의 삶으로, 인간의 삶에서 지구의 생명으로.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과 의식을 지구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며, 아름다운 지구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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