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화동저녁모임_2023년 4월_어떻게 살 것인가, '공-산'의 세계에서
2023 혜화동 저녁모임
| 일시: 4월 17일(월)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 주제: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 – 어떻게 살 것인가, ‘공-산’의 세계에서
| 강연: 최유미 | 수유너머 104 연구원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든 혜화동저녁모임은, ‘인문학 강의’ 형식으로 돌아왔습니다.
2023년의 첫 번째, 4월 혜화동저녁모임은 최유미 선생과 ‘어떻게 살 것인가, ‘공-산’의 세계에서’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도나 해러웨이, 최유미 선생이 연구하고 강의하기 시작하던 2017년 즈음엔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 사람은 누구인가부터 설명했는데 이제는 아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어떤 시대일까요? 과거와 미래를 긴밀하고 꾸준하게 연결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라는 개인의 관점에서 지나온 과거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때도, 잊고 싶은 수치스러울 때도 있겠지요. 이러한 모든 시간이 한데 쌓여 ‘두꺼운(혹은, 두터운) 현재(thick present)’를 사는 겁니다. 이 말은 곧,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각자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모습을 당장에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미래를 직면할 수 있는 때가 ‘현재’ 라면, 사유해야 하는 것이지요. ‘두꺼운 현재’라는 것이 결국은 지나온 과거가 서툴고 실수 연발이었다 해도, 현재 시점에서 그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위한 사유를 충분히 해낸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더 높은 발판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하던 놀이 가운데, 실뜨기, 기억나시나요? 최유미 선생의 저서 가운데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에는 ‘달리 말하면 나는 상대를 부분적으로 만들고, 상대는 나를 부분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주체와 대상은 번갈아 바뀐다. 하지만 이것이 곧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분성이라 할지라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모두 같지는 않고, 능동과 수동의 양도 같지 않다. 그러므로 공-산의 또 다른 함의는 만들기에 개입되는 모든 주체들이 권력이 동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뜨기놀이는 실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실뜨기의 릴레이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종류의 성실’이 요구된다.’ 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만연한 생태주의 속에 개인이 삶 안에서 실천하고 있는 일회용 컵 사용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꼭 한 두사람씩은 번거롭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해러웨이라면 “특정한 종류의 성실”을 행하고 있다 대답할 것 같습니다.
<청중의 낭송은 일종의 ‘먹기’다. 읽는 이 속으로 들어온 이질적 문장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갈지, 아니면 몸속에 남아 이전에 먹었던 다른 것들과 섞이면서 전혀 다른 것(존재자)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일종의 “낯선 자들의 친밀성”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낯설어 서로 모르지만 나중에 같이 살게 되는 힘이 된다는 것. 이는 또 하나의 실험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번 모임에 참여하신 분 가운데 한 분의 소감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혜화동저녁모임의 방향성에 관해 소감과 연결지어 의견 주셨습니다. ‘낯선 자들의 친밀성’은 곧 모임마다 다른 분들이 찾아주시는 혜화동저녁모임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모임 당일에는 제법 날씨가 봄인 척 하더니, 후기를 올리는 지금은 여름이 오려는 듯합니다. 더 다양한 분들과 즐겁게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4월 모임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