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저녁모임_2022년 9월_떠도는 자들에 대한 기억
2022 혜화동 저녁모임
| 일시: 9월 19일(월) 저녁 7시 – 9시
| 주제: 공존을 위한 교양 - 떠도는 자들에 대한 기억
| 강연: 김숨 | 소설가
“새는 깨어나 다시 노래할 거라고,
그럼 사람들의 얼굴에 눈송이처럼
맑고 차가운 슬픔이 깃들고
사나워진 마음이 순해질 거라고……” - 『떠도는 땅』 가운데
9월 혜화동저녁모임은 『떠도는 땅』 저자 김숨 작가님과 ‘떠도는 자들에 대한 기억’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떠도는 땅』은 1937년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조선인들이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열차 안에서 조선인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어 여러 등장 인물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수많은 등장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열차에 올라타, 스스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묻습니다. 전생에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런 참혹한 일을 겪게 되는지도 묻습니다. 이 근원적 물음 덕분에 소설은 떠도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 모두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승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독자에게 묻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에게 묻는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독백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물음.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나의 죄는 무엇인가요?’
죄에 관한 근원적 물음, 뿌리에 관한 근원적 고찰은 김숨 작가의 소설 전반에 나타나는 주된 주제입니다. 현대인 대부분은 뿌리를 잃고 떠도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우리 대부분의 삶 또한 떠도는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은 작가의 독특한 문제의식이기도 하지만, 뿌리 뽑힌 삶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끝나는 동안 끝끝내 알 수 없었던 ‘나의 죄’는 열차 안에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한 아이가 열차 밖으로 내던져지는 순간, 뱃속의 내 아이는 무사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일지 모른다는 것. 스스로를 돌아보며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지은 마음의 죄를 성찰하는 죄의식이야 말로 다른 이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요?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우리 다같은 운명이지만,
열차에서 내려서는 뿔뿔이 흩어져 다른 운명으로 살아가겠지.”
“그래서 인생은 수수께끼에요.”
하나의 스토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공간에서 적극적인 표현은 없더라도 하나의 뜻이 흘러 더 큰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씨앗같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뜻을 훌륭한 글로 전하며 실천하는 김숨 작가님이 존경스럽고 늘 뜻을 품고만 있는 스스로를 자성하며 싹을 틔워낼 힘을 내보아야겠다는 용기 한거름이 되어 이런 기회를 주신 송석재단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 9월 혜화동 저녁모임 참가자의 후기 중에서
책 제목이 ‘떠도는 삶’이 아닌 ‘떠도는 땅’인 이유는 인간 존재는 각 존재가 삶의 터전인 땅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숨 작가는 우리의 삶은 넓은 땅에 씨앗을 어느 곳에 심는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9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떠도는 땅』, 그리고 김숨 작가와의 만남으로 우리네 삶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