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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송석아카데미 혜화동 저녁모임

일시 : 9월 14일(월) 저녁 7시 - 9시

주제 : 자연농, 나비의 길

강연 : 최성현 | 자연농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장마와 거센 태풍을 보내고 나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유난히 반갑습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9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본인의 철학을 삶으로 직접 살아내고 계신 최성현 자연농법 농부님을 만났습니다.

 

최성현 농부님은 어떻게 살지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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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화수분 이야기를 아시나요? 무엇이든 넣기만 하면 불어나는 신비한 항아리가 화수분이에요.

저는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있더라고요.

그것을 확인하고 너무나 기뻤어요! 여러분은 그 항아리를 본 적이 있나요?”

 

은행? 컴퓨터? 농사!

신비한 항아리인 화수분은 바로 땅이었습니다.

 

“지구가 바로 화수분이라는 것. 농사를 지으며 알게 된 사실이에요.

볍씨를 하나 심으면 싹이 나잖아요. 한 포기를 살펴보면 낱알이 평균 80개 정도가 달려요.

볍씨 하나에서 2~30포기가 나는데, 그러면 볍씨 1000~2000개가 난다는 거지요.

이게 화수분 아닌가요? 옥수수, 콩, 녹두, 보리, 벼, 감자, 고구마 모두 마찬가지에요.”

 

지구가 화수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먹고 살기 바쁘다’는 걱정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지구가 알아서 풍족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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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천국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집? 구름너머?

저는 지구가 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 중에 확인 가능한 형태로는 지구만이 물과 나무와 풀이 있습니다.

하늘에 있다고 믿는 천국은 확인할 수 없는 천국이지만 지구는 확인 가능한 천국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아야 해요.”

 

우리는 놀라운 별,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최성현 농부님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도 아실 거예요.

거위의 주인이 한 번에 모든 황금알을 가지고 싶어서 거위의 배를 가른 이야기입니다.

배 속에 알은 없고 거위는 죽는 결말로 끝이 나요.

저는 이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농업의 역사기도 하고요.”

 

최성현 농부님은 1만 2천 년 전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면서

인류 역사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변화시켰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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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도 거위의 주인처럼 어느 날 꾀를 부린 거예요.

나무를 베어 숲을 없애고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면 더 많은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 꾀는 맞았어요. 실제로 숲보다는 밭이 더 많은 양을 주었으니까요.

그래서 힘닿는 대로 더 많은 농작물을 심고, 가축화하고, 과수원을 만들어요.

현대 농업에는 트랙터, 화학비료와 농약까지 등장했어요.

그리고 거위로부터 더 많은 알을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더 많은 알을 원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100년 만에 지구 인구가 20억에서 78억으로 늘어나면서

그에 비례하는 속도로 숲이 사라지고, 사막이 만들어졌습니다.

 

“동물은 숲이 있어야 사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초식이든 육식이든 잡식이든 식물이 있어야 사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동물은 애벌레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덩치 큰 애벌레고요. 규모가 너무 커져서 지구라는 한 그루의 나무를 지나치게 갉아 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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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농부님은 인류가 애벌레 문명에서 나비의 길로 가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 하나로 본인이 실천해온 자연농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무경운, 무제초, 무농약, 무비료.

4無 농법으로 대표되는 자연농은 현대 농업의 당연한 원칙을 모두 깨버립니다.

 

“4無 농법 중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 무경운입니다.

논이고 밭이고 땅을 갈지 않아요.

처음에는 딱딱하던 땅이 3년 정도만 지나면 폭신폭신해져서 손이 푹 들어가요.

왜 그럴까요? 바로 미생물 때문이에요.

땅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까지 합치면 우리처럼 나고 죽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생물들이 무수히 많아요.

그 생물들의 움직임이자 삶이 다 경운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생물들의 경운’, ‘섭리의 손에 의한 경운’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가 무제초입니다. 자연농에서는 풀을 뽑지 않고 한 줄씩 건너 베어서 그 자리에 놔둬요.

보통은 풀을 웬수로 여기지만 자연농에서는 풀이 귀합니다.

풀도 하늘 아버지와 땅 지구 어머니의 사랑으로 인해 만들어진 소중한 자식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풀을 없애려고 해도 절대로 못 이겨요. 지구어머니는 그들도 똑같이 사랑하기 때문에요.”

 

풀을 한 줄씩 띄어 베는 이유도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집과 길을 남겨두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무농약의 원칙을 건강한 먹이사슬과 연결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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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해충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가까이서 보면 맞는 말일지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해충은 없습니다. 

식물-동물-미생물로 연결되는 원을 생태계라 하는데, 이것은 밥의 연쇄입니다.

밥의 연쇄 속에서 익충도 해충을 먹어야만 살 수 있어요. 익충 입장에서는 ‘해충’은 해충이 아닌 것이지요.

 

저희 논밭에도 병충해가 있지만 먹이 사슬이 살아 있어서 크게 번지지 않아요.

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거예요.

벌레들도 좋아하는 풀이 달라서, 그만큼 다양한 벌레들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먹고 먹히는 밥의 연결고리에서 하나라도 구멍이 난다면

죽은 것은 썩지 않고, 생명은 순환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농은 이 원이 건강해지는 데에 힘쓰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비료입니다. 유기질 함량이 높으면 땅이 기름지다고 하지요. 유기질은 식물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자연농에서는 식물의 주검이 땅 속에서 뿌리로서 자연스럽게 거름 역할을 하고,

베어진 풀은 땅 위에서 거름 역할을 하도록 거들기만 합니다.

 

자연농의 밭은 늘 식물과 식물의 주검으로 덮여있어요.

그래서 바람이나 비가 왔을 때 겉흝이 유실되지도 않고,

밭이 제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함, 비옥함, 풍요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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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문명에서 나비의 길로의 전환.

거대한 전환의 한 축으로 최성현 농부님은 자연농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미 인구가 80억에 달하고, 농지의 대부분이 오염되었는데

자연농으로 바로 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최성현 농부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나 하나는 어떻게든 시작을 할 수 있지요.

결국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있는 것 같아요.

자연농 철학에 동의하는 분들은 자기 삶을 힘껏

거위의 건강을 위해 사는 삶으로 바꾸어나가는 게 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수분처럼 놀랍고 천국처럼 아름다운 지구.

이곳에서 조금씩 땅과의 인연을 익혀가며

나비의 길로 나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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