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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도 텃밭의 작물들도 꽁꽁 얼어버릴 것만큼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이랑이랑은 내년 봄에 씨앗을 받아둘 배추를 빼고는 텃밭을 미리 정리해두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할 일만 남았네요. 바로 가을배추로 함께 김장김치 담그기! 지난 시간 열띤 회의 끝에, 각자 준비물을 챙겨 다시 만나기로 했지요.

 

김장의 기본인 토종배추와 소금. 양념 재료가 되어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아삭아삭 김칫소로 넣을 무, 청갓, 쪽파까지. 구억배추, 개성배추, 청방배추는 하루 전에 미리 수확을 하고 소금에 절인 뒤 씻어 주신 분들이 있다고 해요. 김장 초보인 이랑이랑을 위해 도와주신 분들이 있으니, 우리도 그만큼 열심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김칫소 모둠과 양념 모둠으로 나눠 앉았습니다. 김칫소는 정확한 크기로 예쁘게 썰어야하니, 예리한 눈과 섬세한 손목 감각을 가진 친구들이 손을 들고 모였습니다. 그리고 김치의 맛을 결정할 양념 모둠에는 절대 미각을 자신하는 친구들이 뭉쳤습니다. 두 모둠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선생님! 칼질이 너무 힘들어요. 저 바꾸면 안 돼요?”

김칫소 모둠에서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벌써부터 이탈자가 생겨납니다. 아직 썰어야할 커다란 무가 2개, 청갓과 쪽파가 한 바구니인데 말이에요.

“그럼 잠깐 쉬었다가 해 보자~” “아니면 내 칼 써 볼래?”

손목도 돌려보고, 친구랑 칼도 바꿔보며 계속해보니 조금씩 익숙해집니다.

“이렇게 칼을 쥐면 별로 힘 안들어~”

친구가 알려준 방법대로 칼을 쥐니 정말 손목도 많이 아프지 않았어요. 칼질 하는 법도 연구하고 청갓 맛도 보면서 묵묵히 할 일만 했는데, 그 많던 무, 청갓, 쪽파가 전부 가지런히 썰려있네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서로에게 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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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건너편의 양념 모둠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으악 냄새!!!!!”

고춧가루를 넣을 때는 매워서 콜록콜록, 액젓을 넣을 때는 냄새 때문에 꽤액꽤액. 먹을 때는 몰랐는데, 양념 하나하나의 냄새가 이렇게 다르고 강한 줄은 몰랐습니다. 마늘, 생강 차례가 되자 “아 못하겠어요!”하고 고무장갑을 벗어던져버리고 도망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김칫소 모둠에 가서 기웃거립니다.

“나랑 바꾸면 안 돼?”

“아까 내가 바꾸자고 할 땐 안 된다더니. 흥! 안 돼~!”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와 고무장갑을 끼고 양념을 버무립니다.

“엄마 진짜 힘들었겠다...” 시뻘개지는 양념 속에 엄마 얼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직접 해보니 매일 먹는 김치 하나도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알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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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김칫소도 양념도 완성 되었으니 잘 버무려 볼까요?

개성배추는 길죽한 잎, 청방배추는 짙은 초록 잎, 구억배추는 동글동글한 잎이라서 딱 봐도 구분이 갔어요. 이름 있는 배추를 소중히 골라 들고 한 장 한 장 양념을 펴 발랐습니다.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 담고 나서, 도와주신 분들을 위한 김치도 꾹꾹 눌러 담았어요.

 

한 장을 죽 찢어 먹어보고는, “와! 김치 맛이 나요!”하고 크게 웃어 보입니다. 처음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김치 맛이 나서 신기했습니다. 시작할 때 “열심히 하면 김치가 더 맛있을 거야!” 하고 말했었는데, 정말인가 봐요.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제 할 일을 해내서 맛있는 토종 배추김치가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고랑을 만들고, 씨앗의 이름을 외고, 열매를 거두며 씨앗을 남기고, 전부 처음인 김장까지. 한 해 동안 이랑이랑은 처음 해 본 것이 정말 많네요. 마지막 소감에서는 열 명 모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정말 힘든데, 정말 재밌다! 그러니까 다음에 또 같이 하자!”

 

그리고는 벌써부터 내년 농사 계획을 세웁니다. 어떤 씨앗을 심을지, 심는 위치를 바꿔 볼지, 다음에는 다른 역할을 할지 의견이 마구 솟아납니다. 갑자기 열게 된 회의도 스스로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이랑이랑의 어깨가 으쓱댑니다. 함께 일하며 몸도 생각도 한 뼘 더 자란 이랑이랑. 텃밭에서는 작물만 자라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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