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이제 완전히 푸른 옷을 입었습니다.

듬성듬성 난 잎 사이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새들은

더욱 소리에 집중해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놓은 흔적

‘뻐꾹 - 뻐꾹’하는 뻐꾸기.

‘휘-리리리리릿-’하는 흰눈썹 황금새.

지난해 진행한 도봉산새학교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새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곳을 다시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요?

새들도 안정감과 쾌적함을 느끼는 곳에서

알을 낳고, 쉬고, 잠을 자고 싶을 거예요.

숲속마을에서 새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꼼꼼히 새들의 서식유무를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매번 같은 장소에 찾아오는 새는

분명 그 장소를 좋아하는 것일 테니까요.

도봉산새학교에서는 이렇게 새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중입니다.

4회차에는 지난 시간 발견한 원앙과 딱새의 둥지를 점검하고,

숲속마을 내 흰눈썹 황금새와 솔부엉이의

정확한 서식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흰눈썹황금새는 작년에 이어 숲속탐방로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휘리릿-하고 울고 있습니다.

올해는 짝을 찾은 것 같은데, 지금쯤 포근히 알을 품고 있겠지요?

3년 전 가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에 알을 낳은 원앙.

살금살금 다가가 나무줄기에 귀를 댔더니,

원앙어미가 구멍 속에서 슬며시 이마를 내밀었습니다.

새끼를 품으며 천적이 오지는 않을까 무척 예민하겠지요.

새끼들이 건강히 크기를 바라며 조용히 자리를 떠나주었습니다.

유난히 되지빠귀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 날이었습니다.

되지빠귀도 여름에 찾아오는 여름철새인데요.

산지 숲에 찾아와 높은 나뭇가지에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그리고 5~6월이 되면 알을 낳습니다.

그 근처에서 노랑턱멧새도 발견했습니다.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되지빠귀와는 달리,

덤불숲에 마른 풀을 이용하여 둥지를 만듭니다.

크기도 되지빠귀의 반 정도로 아담합니다.

참새와 몸집이 비슷하지만, 뒷머리의 노란 깃을 세우고 다니는 멋쟁이지요.

하지만 숲속마을은 노랑턱멧새와 되지빠귀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천적인 청서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인공새집을 점검할 때에도

큰 구멍의 인공새집에 청서의 둥지를 더러 발견했었지요.

다음 해에도 노랑턱멧새와 되지빠귀가 다시 찾아올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5월 26일, 먹이대의 딱새알

6월 2일, 알을 품고 있는 딱새

도봉숲속마을 내 시설실에는

겨울에 쓰고 보관해 둔 먹이대가 있습니다.

숲속마을 시설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몇 달 간 부지런히 나뭇가지와 먹이를 물어다 나르고,

새끼를 둥지 밖으로 불러내는 딱새 부부를

마음졸이며 응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도 똑같은 곳에 딱새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숲속은 천적이 많다고 느꼈는지,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빈 공간에 아늑한 둥지를 만들었네요.

이번 여름도 딱새 부부가 건강히 새끼를 길러

마지막 한 마리까지 날아오르게 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새들의 건강과 우리의 기쁨이

한 발짝씩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