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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태양은 불같습니다. 밭에 서 있으면 정수리까지 따끔거려서 나가기가 무섭습니다.
“이렇게 더운데 할 일이 있어요?”
“할 일은 언제나 있지. 그런데 먹골참외에 노란 꽃 핀 것 봤니?”
일은 하기 싫지만 참외 꽃은 궁금했는지, 몸이 바로 움직입니다.

 

먹골참외는 노란 꽃이 피었고 엄지손가락만한 초록 열매도 맺혔어요. 둥근청호박은 둥글지 않게 팔뚝처럼 자랐고, 담배상추는 길쭉한 꽃대 옆구리에 보들보들 흰 꽃이 달려있네요. 쇠뿔가지는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줄기에 더 진한 보랏빛이 돕니다.

 

“그런데 선생님 다 자란 뒤에 확인하면 되는데, 왜 지금부터 봐야 돼요?”

 

매번 텃밭에 와서 작물들을 관찰하긴 하는데,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빨간 토마토, 노란 참외, 길쭉한 가지만 보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랑이랑은 왜 작은 씨앗부터 얇은 꽃잎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마트에 놓인 토마토와 가지가 전부인 줄 알고 살지만, 텃밭에 오면 꼭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됩니다. 아주 작고 노란 참외 꽃이 나비를 부르는 풍경, 당근 뿌리가 세 갈래로 뻗어난 웃긴 모양, 상추 씨앗 하나가 셀 수 없이 많은 씨앗을 만드는 모습까지요. 그래서 나가기 전엔 시시할 것 같다가도, 막상 밭에 들어서면 “너무 예쁘다~” “이거 사진 찍어주세요!” “여기 처음 보는 벌레 있어!” 하며 목소리와 발걸음부터 달라집니다. 지금은 정확히 답할 수 없겠지만, 매번 텃밭에 와서 달라지는 이랑이랑은 언젠가 아하! 하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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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열매가 가득 열리는 계절입니다. 이랑이랑의 텃밭에는 앉은뱅이 밀이 노랗게 익었고, 오늘은 수확해놓은 밀을 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계 없이 어떻게 밀알을 골라낼 수 있을까요? 모둠별로 밀 털기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천으로 감싸서 발로 밟기, 밀을 쥐고 바닥에 내리치기, 신문에 구멍을 뚫어 밀을 넣은 뒤 비비기.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가 나뭇가지를 구해오더니 두드리기도 합니다. 지친 쪽에서는 손으로 뜯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며 하나하나 밀알을 골라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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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밀 털기 퍼포먼스가 벌이다보니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도 알게 됩니다. 힘껏 밀알을 털 수 있는 사람, 입으로 후후 불어 쭉정이를 잘 골라낼 수 있는 사람, 세심하게 골라 담아서 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사람. 제 역할을 찾아 척척 일을 진행합니다. 그런데도 밀 털기는 끝이 날 것 같지 않습니다.

 

“왜 기계로 안 하고 손으로 해야 돼요?”
이랑이랑은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손으로 했을 때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안 좋은 점은 몸이 힘들다는 것이었고, 좋은 점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미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더 많이 하면 풀렸던 스트레스가 다시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이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도 7월의 텃밭을 기록해놓기 위해서 둘러앉았습니다. 오늘은 하나하나 이름이 있는 우리의 텃밭을 알려주기 위해, 하나의 작품처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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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청호박. 줄기에는 아빠다리처럼 따끔거리는 털이 달려있다. 줄기는 삼킨다면 아무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잎을 만져보니 복숭아 솜털처럼 보송거린다.’

 

‘흰당근. 인삼인줄 알았겠지만, 우리나라 토종 흰당근이다. 손톱만큼 작은 당근도 있다.’

 

‘담배상추. 담배상추에는 어린이손가락 4개 정도 길이의 꽃대가 열린다. 꽃은 콩알만큼 작고, 봉우리는 한 줄기에 10개 넘게 달려있다. 꽃이 향기로울 줄 알았는데 냄새가 잘 안난다.’

 

몸이 기억한대로 쓰다 보니 세상에 하나뿐인 소개글이 나왔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쑥쑥 자라는 텃밭의 작물처럼, 이랑이랑의 마음도 알게 모르게 커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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