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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살고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실천하기 어려워.’

‘도시를 떠나면 좀 괜찮을까?’

‘플라스틱을 덜 쓰고, 쓰레기를 덜 버리는데도 왜 달라지는 건 없지?’

 

생태적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려고 할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그런 우리에게 세계 곳곳 생태마을을 탐방하고 돌아온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저자 김우인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내가 속한 현실이 다가 아닙니다.”

“진정한 떠남은 익숙한 사회, 나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삶은 내 앞의 여섯 세대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고민하며 행동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프랑스 떼제Taize, 독일 지벤린덴Sieben Linden, 이탈리아 토리Torri.

스코틀랜드 핀드혼Findhorn과 포르투갈의 타메라Tamera까지.

 

인문의 숲 4강에서는 10년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생태마을을 다녀온 김우인 님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여정은 한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왜 생태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10대 시절로 돌아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 입시교육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학교를 다니면서 가슴 속에 질문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던 중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선생님의 『오래된 미래』와 줄리아 버터블라이 힐의 『나무 위의 여자』를 읽고 그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됐어요. 지역화, 마을, 생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굉장히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에 가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청계천을 복원하는 곳을 취재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곳에 살고 계시던 상인분들이 처참하게 폭력을 당하면서 쫓겨났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꿈꿨던 책 속의 세계, 지역화나 공동체라는 것이 너무 멀리 있었어요. 서울 한복판의 세상이 슬퍼보였고, 무력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잠시 산 속에 갔었는데 문득 예전에 공부했던 생태 마을이 떠올랐어요. 그 때,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마을이 현실이라고 불리지만, 그게 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또 다른 현실을 찾아서 떠나는 출발이었습니다.”

 

이 곳이 정말 현실의 전부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김우인님이 처음 방문한 생태마을은 프랑스의 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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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의 풍경

 

“전 세계의 청년들은 프랑스의 떼제로 찾아갑니다. 청년들은 일주일간 머무는데 노동, 기도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대화하는 단순한 삶을 살아요. 국적, 나이, 종교와 관계없이 모여서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입시나 경쟁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사회에서 불행한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삶을 꿈꾸는지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그리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떼제의 종탑에 전세계의 청년들이 모여들어 고요하게 예배를 드립니다. 저는 그 곳에서 국가, 종교, 나이 같은 틀이 깨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김우인님은 떼제의 경험을 통해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질문을 합니다. ‘공동체는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는 걸까?’ 책과 기사를 읽으면서 생태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본격적으로 ‘생태마을’을 탐험하기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독일의 지벤린덴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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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벤린덴 마을 (아래) 3층 스트로베일 하우스

 

“지벤린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마을의 호수였습니다. 이 호수에서 사람들은 카누를 타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기도 해요. 호수의 물은 마을 사람들이 쓴 물이 들어온 것이에요. 호수 가에 있는 갈대가 자연스럽게 정화를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 물은 다시 밭이나 변기로 가게 됩니다. 물들이 모이는 곳에는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곳에서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마시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도무지 여기서 화학제품을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 때 처음 지속가능한 삶이 구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제까지는 그것을 근시안적으로만 생각했다면, 앞의 아주 먼 미래까지 고려하고 행동을 결정해야한다는 것을 이 마을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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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벤린덴의 호수

 

그 후로도 김우인님은 이탈리아의 토리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생태마을을 탐방한 뒤, 서울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취직을 해서 다시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며 ‘정말 이것이 내가 바라는 삶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가 경험했던 세계는 한낱 여행 속 세계였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곳 세계와 이 곳 일상의 괴리가 커질수록 마음에 더 큰 울림이 있었어요. 더 나아가야겠다고요. 생태마을을 나의 삶으로 더 가져오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어 올랐습니다.”

 

삶이라는 게 무엇일까? 새롭게 품게 된 질문은 김우인님을 다시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곳은 스코틀랜드의 핀드혼이었습니다. 핀드혼은 평범한 세 사람이 생계를 위해 불모지인 모래밭에서 18킬로그램의 양배추를 길러낸 일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만들어졌고, 풍력 발전, 자연농, 생태 건축 등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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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드혼에서 진행되는 강연 모습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단순히 로컬 푸드를 먹는다던가 에너지를 바꾸는 것처럼 부분적인 실천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차원의 변화와 세계관의 변화까지 전반적으로 일어나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방문한 생태마을에는 마을마다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삶을 자기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자 했습니다.”

 

독일 지벤린덴 마을에서는 ‘심층생태학’ 교육을 하고 있고, 이탈리아 토리에서는 겨울이면 방문객들을 받지 않고 마을 사람들 간의 깊은 대화를 통해 내면을 돌보는 작업을 합니다. 스코틀랜드 핀드혼에서도 의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가이아 교육’입니다.

 

세계 곳곳에는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생태마을이 만 여 개 이상이나 존재한다고 합니다. 김우인 님은 또 다른 현실을 발견하면서 ‘이 곳에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생태마을은 처음부터 잘 갖춰진 곳에서 시작되는 것일까?’라고 질문하게 됐다고 합니다.

 

“생태마을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부러웠는데 허무함도 동시에 있었어요. 너무 잘 갖춰져 있으니까요. 초반의 야생성을 지닌 다른 생태마을은 없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제가 간 곳이 타메라였어요. 이 마을은 제가 미래를 보게 했습니다. 기후위기인 시대에 우리가 어떤 삶을 미래로 그려볼 수 있을까에 대한 단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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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메라에서 호수를 만드는 모습

 

포르투갈 남쪽 지역에 있는 타메라는 온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나무가 계속 타들어가며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이었습니다. 망가지는 땅을 되살리기 위해 몇 사람들이 모였고, 그 결과 지금은 타메라가 국제생태마을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타메라에 사람들이 모여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이 곳을 개발하거나 도시로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를 데려와서 사막화의 이유를 찾아봤고, 땅에 힘이 없어서 물을 더 이상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땅이 물을 품을 수 있게 만들자고 호수를 만듭니다. 그런데 시멘트를 바르거나 방수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힘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호수를 만들기로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직접 땅을 파고 자연의 흐름과 최대한 유사하게 호수를 만듭니다.”

 

타메라 마을에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아침에 처음으로 안개가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너무 놀라 ‘아침의 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지금 타메라에서는 사람들이 농사도 짓게 되고, 자라와 수달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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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안개가 핀 타메라의 아침, '아침의 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생태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10년 전 쯤만 해도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더 이상 자제하는 분위기에요. 왜냐하면 지금 이미 파괴된 지구를 지속가능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 하는 이유에서에요.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regenerate’라고 하는 재생, 회생이라는 말을 합니다.”

 

잘 갖추어진 곳으로 떠나는 방식은 생태적 삶으로의 떠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 김우인 님은 익숙한 나로부터 떠나보기를 권했습니다.

 

“생태적 삶으로 가는 과정에서 길을 정말 많이 잃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길을 잃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길을 잃어본다는 것은 그만큼 길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니까요. 생태적인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익숙한 사회, 익숙한 나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땅을 회복하고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당연한 현실은 아닌 것이지요. 여러분은 무엇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서 떠남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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