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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에도 어김없이 혜화 송석복지재단 교육실에서 안녕 인문학 시즌 3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네 번째 수업의 주제는 ‘주토피아에 초대된 사람들’이었는데요, 2016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Zootopia, 2016)를 소재로 ‘이상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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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Zootopia’는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1516년 쓴 《최선의 국가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란 책에서 처음 사용된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을 패러디한 말로 일종의 ‘이상 사회’라는 뜻이 있습니다. 다만, 사람이 아닌 포유류 동물들이 이룬 이상 사회라고 할까요? :) 실제로 주토피아에는 여러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는 과거 야만의 시대처럼 ‘포식자(predator)’와 ‘먹잇감(prey)’으로 나누어져 생존을 위해 잡아먹거나 도망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죠. 약육강식의 논리를 극복한 주토피아는 이제 주인공 주디의 외침처럼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는(Anyone can be anything)”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위대한” 도시로 성장합니다. - 나무늘보가 관공서 업무 데스크에서 일한다면 말 다한 거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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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벽할 것만 같던 주토피아에도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많은 동물이 여우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데 문제는 이러한 적대감이 ‘여우는 천성이 교활하다’는 생물학적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누군가를 또는 집단을 규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생물학적 요인은 내가 선택할 수 없고, 따라서 내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물학적 원인을 이유로 이뤄지는 차별은 다분히 일방적입니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고, 인위적인 노력으로 개선될 여지도 없이 그저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물며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규정이라면, 그리고 이에 따른 차별이라면, 이는 정말이지 ‘고약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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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편견과 이에 따른 차별이 내재해 있는 사회를 우리는 ‘이상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우리가 기대한, 그리고 주디가 열망해온 주토피아의 꿈은 바로 여기에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잘 눈에 띄지 않던 이 작은 균열이 특정 계기를 통해 분열로 이어질 때, 사회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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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할 것만 같던 주토피아도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갈등과 분열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니 어째 좀 허무한가요? 이럴 바엔 차라리 ‘이상 사회’ 같은 꿈 따윈 갖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까요? 글쎄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꿈도 꾸지 말라’는 건 좀 가혹한 처사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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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건 어떤 꿈을 꾸느냐가 아닙니다. 꿈의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꿈을 꾸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상 사회를 꿈꾸기에 앞서 또는 꿈꾸는 과정에서 또는 꿈꾼 이후에도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이러한 용기를 통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을 지면서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일이,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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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톨레레게(http://www.tollelege.org)
문의_송석복지재단 02-76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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