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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생각하는데이>는 '프로듀스101, 소년과 소녀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레 스며든 경쟁시스템에 대해 돌아보며

청소년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생각의 깊이를 키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 김인섭군(18세)의 후기를 통해 <생각하는데이> 9월 이야기를 전합니다. 


 

[참석자 후기] 우리는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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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섭(18세)

 

 

 

6월을 끝으로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의 작별을 고했던 <생각하는데이>가 돌아왔다. 그리 긴 시간 쉬지는 않았지만 내 기분으론 정말 오랜만이었다. <생각하는 데이>가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왜 이렇게 반가웠나 싶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내게는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나누며 노는 공간은 유일해서 아닐까 싶다. 너무 기대 되는 바람에 공지를 받고 신청을 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강의실로 들어가니 준비된 프린트와 명찰이 있었다. 프린트에는 오늘의 <생각하는데이> 진행이 모두 쓰여 있었다. 조금 일찍 들어온 나는 오늘 할 주제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종이가 한 장 더 있었다. '자기소개 cypher' 라는 제목의 종이였다. 말 그대로 자기소개를 적는 것이다. 간단한 질문이 총 6개가 적혀있었다. 그렇다. 자기소개 시킨다. 아무리 취지에 맞게 모였다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색하다. 그걸 호전시키고자 갖는 시간이다. 이 자기소개 덕에 분위기는 한결 어색함이 풀어진 듯 했다. 그렇게 자기소개 시간을 마치고 <생각하는데이>가 시작됐다.

 

 

 

Q1. 우리는 왜 프로듀스101가 자연스러웠을까?

 

오늘의 주제는 국민예능, 프로듀스 101. 남고인 나는 그 파급력을 잘 실감하지 못했지만 정말 엄청난 지지를 얻어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나처럼 프로그램을 안 본 사람들을 위해 짧은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에는 20명쯤 되어 남자들이 굉장히 멋있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 받으며 웃고, 춤을 추며 카메라를 잡아먹고 있었다. 무대 세팅이 좀 신기했는데, 피라미드 모양 같았다. 피라미드의 가운데에 있는 무리는 A그룹. 주변에 있는 그룹은 B와 C그룹이었다. 음악이 EDM 편곡으로 바뀌고, 화려한 불꽃이 나오며 분위기가 고조된 순간, 나는 무대 밑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대 밑에서 군무를 추는 D그룹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대 가운데 가장 큰 삼각형이 위로 상승했다. 삼각형 안의 삼각형, 그 삼각형 안의 삼각형이 계속 상승했다. 마지막엔 오로지 한 명만 존재했다. 그러고 갑자기 군무를 추지 않고, 유니폼만 입은 사람이 화면에 등장했다. 단 0.25초간. 춤을 추지도 못하고 리액션만 하는 F그룹이었다. 카메라 포커싱은 더 압도적이었다. A그룹만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줬다. 영상을 보고 난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처럼 멍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그 프로그램에게 열광했을까? 왜 그렇게 자연스러웠을까? 사람을 등급별로 나누고, 차별하는 처사를 보고도 우리가 반감을 가지지 않은 이유란 뭘까? 사실 이런 질문 따위는 머리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당연하니까. 등수 매기는 것만큼 우리에게 당연한 건 없었다. 101에서는 연예인으로서의 자질, 사회에선 돈으로서의 가치, 학교에서는 학업능력, 연애에선 외모, 상품에는 품질... 그 행위는 장소, 경중을 막론하고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해 왔다. 요즘 학교에서 ‘서열놀이’가 유행이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놀이는 항상 존재했다. 재미있고 재미없고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니까 공부는 인기 없고, 프듀는 인기 폭발. 이제는 생각할 시간. 왜 이렇게 된 것일까?

 

 

 

Q2. 우리는 왜 피라미드에서 벗어나지 못 할까

 

우리는 1등부터 101까지 순위를 매기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옆 사람을 밟아야만 자신이 더 높아지는 질서에 순응한 순간 그 누구도 행복을 얻지 못한다. 아무리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절대 행복을 가질 수 없다. 오히려 제일 불행하다 할 수 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남들의 배는 될 테니까. 1등도 101등도 행복하지 않은 곳. 이런 곳이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이라는 걸 직시하니 어마어마하게 입이 텁텁해졌다. 선생님이 말하시길 한국 역사상 이렇게 경쟁이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를 나누는 그 모든 등급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자유가 뭔지 고민해 보았다. 자유란 고유의 가치관이라는 답이 나왔다. 더 들어가 보자. 그렇다면 자유하지 않은 우리는 가치관이 고유하지 않다는 건데, 그건 우리에게 주입된 혹은 강요된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주입된 가치관은 무엇일까.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생긴 난공불락의 가치. 그 누구도 그 가치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모두 이 커다란 가치관에 묶여있으니 우리는 등급을 나눠 차별대우를 해도 아무 말이 없는 것 이었다. 등급에 따른 대우 차이를 머리가 아닌 피부로 배운 우리에게는 프로듀스 101도 너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Q3. 어떻게 하면 이 피라미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생각하는데이>로 인해 명확한 해결책을 얻지는 못 했다. 10명 남짓한 소모임으로 자본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가 된 상황은 뭔지. 전부 뜯어보았다. 알고는 있었다지만 진심으로 직시한 이 실태에 숨이 목구멍에 턱 걸리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 정한 게 있다. 이 삶의 모든 풍경은 하나도 안 바뀔 지라도. 알아주는 게 나 하나뿐이라고 해도. 오로지 나만의 가치관을 꼭 찾겠다고. 참여한 모두 다 각자의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다 끝내고 가는 귀갓길.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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