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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토요일, 오랜만에 <생각하는데이>를 신청했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 2016년 겨울방학 프로그램 <후아유: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로 송석복지재단은 나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다. <생각하는데이>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롯이 그 주제에 대해서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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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어김없이 어색함을 깨기 위한 자기소개를 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시간 첫 화두는 ‘혼밥’. ‘혼자 밥 먹기’의 줄임말로 최근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용어다. 이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완전히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왜일까? 한국 고유의 전통인 한상 문화에서부터 시작된 불편한 인식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 먹는 사람을 보면 꼭 한 번 더 쳐다본다. 그리고 먹는 사람도 주변을 인식한다. 그런 사람 중의 일부는 친구와 전화를 하며 “오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일 뿐 절대 친구가 없는 게 아니야”를 어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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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지 우리는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신에게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간을 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에 소비할까? 그 현상으로 인해 우리가 잃는 건 무엇일까. 그 질문을 더 심화시키기 위해 우린 영상을 하나 더 시청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는 여자. 침대에서 취침하고 있다. 곧 알람이 울리고 여자는 일어난다. 그리고서 런닝화를 신는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운동 사진? 아니다. 운동화를 신은 발 사진을. 그걸 SNS에 올리고 하트와 댓글을 확인한다. 이어지는 일상이 모두 그런 식이었다. 무언가를 하는 사진을 올리고 확인하고…. 최대한 럭셔리한 모습만 찍어 올린다. 타인의 멋있어 보이는 삶을 관찰하면서. 신어보기만 한 런닝화. 집에서만 입는 드레스. 두 번 썬 파프리카. 그 중심에서 여자는 또 셀카를 찍으러 거울 앞에 선다.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치는 건 여자가 아닌 자신이 SNS에 업로드 한 사진뿐. 이내 여자는 가만히 서 있다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계단 아래로 사라진다. 오늘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 시대에 사는 우리에겐 고독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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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SNS)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가 빠른 우리나라는 그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초래하는 문제가 있었다. 언제나 열려있는 소통의 장. 마음만 먹으면 모든 일상을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마음먹은 이에게는 더 이상 혼자 있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의문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참고자료를 받게 됐다. 오늘 주제와 같은 제목을 가진 책(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44 Letters from the Liquid Modern World), 동녘, 2012)의 본문 중 일부였다. 다 읽은 후에는 2명씩 짝을 지어 토론을 했다. 나와 이야기를 하게 된 친구와 함께 열띤 토론을 나눴다. 나와 웬만한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서로 나눈 이야기를 종합하여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를 종합하여 선생님이 화면에 간결하게 정리해주셨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차이가 뭘까?”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외로움은 ‘감정’, 고독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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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iness expresses the pain of being alone and solitude expresses the glory of being alone -Paul Tillich.

외로움은 혼자됨의 고통이고 고독은 혼자됨의 축복이다.

-폴 틸리히-

 

이게 제일 인상 깊은 구절이었다. ‘축복’이라고 표현되는 고독이란 감정. 우리는 그 고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하며,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의 중요함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시대. 그런 사람들에게 SNS는 더할 나위 없는 해결책으로 여겨지지만 도망친 그 곳에는 결국 해답은 없다. 우리는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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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피곤한 감정싸움 때문에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인연 맺기. 하지만 또 두렵게 느껴지는 감정의 외로움. 그래서 선택하게 되는 SNS. 거기서 조각조각 흩어 다니는 정보 속에 자신을 대변하려 끼워 넣으려는 어리석은 모습들. ‘나’를 대변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은 거기에 없다. 오늘 당신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생물인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탐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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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생각하는데이(Thinking Day) 4월의 소식글은 참가자 김인섭 학생이 작성하였습니다.-  

* 감수 : 톨레레게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인문학 협동조합 톨레레게(http://tollelege.org/xe/)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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