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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태나 존재에 관한 우리의 모든 추리들은 바로 인과관계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는 오직 인과관계에 의해서만 우리의 기억과 감각에 지금 주어져 있는 증거들과 떨어져 있는 어떤 대상에 관해 확신을 할 수 있다. 모든 과학의 가장 두드러진 유용성은 미래의 사건들을 그 원인들을 가지고 조정하고 규제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고와 탐구들은 매 순간 이 인과관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과관계에 대해 형성하는 관념이라는 것은 너무나 불완전한 것이어서, 원인과 아주 다르고 이질적인 어떤 것으로부터 이끌어져 나온다는 것 외에 원인에 대한 어떤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 데이비드 흄의 <인간 오성의 탐구> 중-

 

 

흄은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인간은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경험적 한계뿐만 아니라 습관화되어 버린 편견으로 인과관계를 따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 까마귀가 나는 사건과 배가 떨어지는 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까마귀가 배가 떨어진 것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까마귀를 흉조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태도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익숙하고, 재밌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혐오와 차별적인 용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흄의 철학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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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혐오에 대해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그중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와 함께 논의의 중심에 있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사건의 원인을 알아야 했지만, 지나치게 그것에 집중하다 보니 사건의 심각성보다 자극적이고 손쉬운 '까마귀'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초 보도된 언론의 기사를 바탕으로 스스로 사건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크게 두 개의 관점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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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정보에 의해서만 파악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마저도 나의 편견이 개입되어 버리는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립되는 신문의 사설을 읽어보며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함께한 친구들과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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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서 우리는 '당신은 메갈리아입니까?'라는 질문과 만납니다. 상대의 생각을 듣기보다 편견을 갖고 답이 정해진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생각하는 데이는 메갈리아와 일베 등에 대한 온라인 문화에 대해 어떠한 평가와 판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가 알고도 있고 쓰고도 있는 용어인 '메갈리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물었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이번 생각하는데이는 <당신은 메갈리아>라는 질문의 답이 아니라 그 질문 자체를 통해 우리가 인문학을 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네가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거리를 달려가는 걸 보았다. 잠시 후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네 팔이 부러졌다고 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사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 더구나 학문에서 인과 관계를 연구할 때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어떤 약을 먹고 건강해졌다고 해서, 그 약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중략) 시간적으로 뒤따라 생기는 사건들 사이에 꼭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야.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도록 경고하는 일이야.”  

 

-<소피의 세계> 중-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도록 경고하는 일이라고 하네요. 이번 생각하는데이에 참여한 친구들의 과제가 무겁네요^^ 다음번엔 어떤 과제가 주어질지 벌써 궁금하네요. 그럼 다음 생각하는데이에 또 만나요!!

 

 

글_톨레레게(http://www.tollelege.org)
문의_송석복지재단 02-76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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