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저녁모임_2019년 5월_문성희의 밥과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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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송석아카데미 혜화동 저녁모임
일시 : 5월 20일(월) 저녁 7시 - 9시
주제 : 문성희의 밥과 숨
강연 : 문성희 | 자연요리연구가
여름이 성큼 다가온 혜화동에는 풀의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5월 혜화동 저녁모임에서는 자연의 냄새를 머금은, 문성희 선생님을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50여 년간 요리의 길을 걸어온 ‘자연요리연구가’라고 소개되지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지혜의 빛은 식탁을 훌쩍 벗어났습니다.
요리는 일부분일 뿐, 모든 생명을 자연으로 여기고 돌보는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내고 계셨습니다.
문성희 선생님께서는 요리를 시작했던 스무 살 무렵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요리를 하다 그녀는 한창기선생님의 <뿌리 깊은 나무>를 읽고,
문득 ‘이 음식이 맞는가?’라는 물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음식에 ‘옳음’이라는 가치를 물었던 것입니다.
‘맛만 있으면 돼, 대충 때우자’라는 말이 거리낌 없어진 요즘에는 더욱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절실히 그 답을 찾고자 했고,
결국 신토불이의 뜻을 따라 자연식 밥상이라는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맞닥뜨린 물음은 아이를 낳은 뒤에 찾아왔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우리가 딛고 사는 땅과 물이 어떻게 될까?”
라고 묻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지구에 태어나 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 곁에 있는 이들을 먹고 살게끔 하는 것만큼
더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잘 생존하는 데에 정성을 들이고 있으시지요.
선생님은 ‘生存’이라는 표현을 힘주어 쓰셨습니다.
‘난 것 그대로 존재한다.’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묻게 됩니다.
문성희 선생님은 결국 우리는 빛과 진동의 존재이며,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태양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면, 인간은 한 줄기 빛과 진동이자 우주의 일부겠지요.
선생님은 우리가 우주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그릇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릇에 고귀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담아내려 하셨지요.
자연 그대로의 음식과 간소화한 옷차림은 모두 이러한 세계관에서 드러난 결과였습니다.
자연이 주신 밥과 숨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지금도 몸가짐을 정갈히 하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전기 하나 없는 산 속에서 살고 계신가요?” “저는 자연이 두려운데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지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선생님은 되묻습니다.
“자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무엇인가요?”
떼쓰는 아이도, 길 위의 풀도, 기어 다니는 벌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모두 자연이지요.
자연은 결코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자연이자 연결된 것이라는 참된 이치를 인간은 종종 잊는 듯합니다.
문성희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순수하고 절실한 마음에서 피어난 물음을 따라 걷고 계십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지구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말입니다.
그 길을 성실히 걷다보니, 그녀 안의 자연을 발견하고 만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천국과 평화는 특정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선생님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발 딛는 곳마다 평화가 깃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그 곳에서 평화를 꽃피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