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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찾아 왔으면 좋겠다...”

 

두 계절 전만 해도, 숲에서는 흙이 묻을까 까치발을 들고 다니던 에코워커였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옆머리가 축축해질 때까지 열심히 낙엽을 끌어 모아 동산을 만들었습니다. 에코워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올해 여름, 에코워커는 숲과 친해져보려고 깊숙한 곳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그 날, 실제로 멧돼지가 뒹굴었던 목욕탕을 발견했지요.

‘정말 멧돼지 봤어요?’ ‘얼마만큼 커요?’ ‘안 달려들어요?’ 라는 기본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아~ 멧돼지 구워 먹고 싶다’라는 당혹스러운 발언까지. 그 후로 에코워커는 멧돼지 이야기로 조잘조잘 교실을 채우곤 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나가려고 뉴스와 영상을 보며 여러 상황 속의 멧돼지를 알아봤습니다. 고양이와 장난을 치는 갈색 줄무늬의 새끼 멧돼지들, 나무뿌리를 들추며 코를 벌름거리는데 하나도 안 무서운 덩치 큰 멧돼지. 하루아침에 깎여 나간 숲에서 내려와 골목길을 방황하는 멧돼지, 건물에 갇혀 당황한 채 이리저리 날뛰다 피를 흘리는 멧돼지, 결국 경찰들에게 몰려 총살을 당한 멧돼지 한 마리.

 

그리고 11월 6일 토요일, 이번에는 그림책으로 멧돼지를 만났습니다.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그림책에는 집을 잃고 도시로 내려 온 멧돼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쏠쏠한 방법이 담겨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아파트 빈 방을 구한 멧돼지가 친구들을 초대하는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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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대장을 받은 친구들이 도시로 가고 싶어 할까?”

대답은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아니요. 살던 곳이 있는데, 거기 가면 먹을 것도 없잖아요. 사람들이 총으로 쏴 죽일 것 같아요.”

“그런데 숲이 계속 없어지면... 도시로 가야할 것 같아요.”

에코워커는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로 에코워커에게 재미난 제안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림책 작가는 이렇게 멧돼지를 응원했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멧돼지를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아지트를 만들어 봤잖아. 그러니까 멧돼지가 도시로 안 내려오고 숲에서 잘 살 수 있게 아지트를 잘 만들어 놓는 거지. 목욕탕도 만들고, 먹을 것도 잔뜩 갖다놓고. 어때?”

에코워커는 신나는 얼굴로 얼른 외투를 입었습니다.

 

낙엽을 담을 포대자루와 장갑을 챙겨들고, 멧돼지 목욕탕을 발견했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포대자루에 낙엽을 담다가, 양 팔로 가득 끌어안게 되고, 발로 쓱쓱 긁어 오고, 갈퀴처럼 생긴 나무를 구해와 쓸어 담기도 했어요. “너는 이거 잡고 있어 봐. 내가 쓸어 모을게” 하면서 둘씩 짝을 지어 호흡도 척척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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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는 멧돼지 식탁 만들고 싶어요.”

몇몇은 바지 주머니가 불룩해질 만큼 멧돼지가 좋아하는 도토리를 모아왔습니다. 붉은색 단풍잎도 덤으로 주워왔고요.

모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가는 동안, 몰래 농땡이를 피우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요. 낙엽을 쓸어 모으려고 주워 온 가지를 지팡이마냥 흔들며 숲을 헤집고 다닙니다. 낙엽달린 나무를 톡톡 치니, 촤르르 촤르르- 하며 낙엽 비가 내립니다.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에게 예쁜 장면을 선물해주고 싶은 거겠지요?

 

“얘들아 갈 시간이야~”

40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에코워커. 뭐하고 있나 가까이 다가가보니, 꼬물꼬물 식탁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큰 돌을 옮겨놓고 동그란 도토리들을 모아두었네요. 붉은 단풍잎 한 장과 노란 단풍잎 한 장도 가지런히 놓여있었는데, 분명 이 곳에서 제일 예쁜 잎으로 골라왔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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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멧돼지 목욕탕이 완성되었습니다.

“멧돼지가 진짜 좋아하겠다! 푹신푹신하겠지?”

감탄을 하면서 슬쩍 그 안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거기 들어가면 어떡해요!”

“아니... 좋은지 아닌지 들어가 봐야 알지~”

하나 둘,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던지고 목욕탕으로 쏙 들어왔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해서, 아기 새가 둥지에 있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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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든 폭신폭신한 낙엽 목욕탕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새끼들도 다 같이 들어갈 수 있겠지? 그 옆에 놓인 도토리도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우리가 즐거웠던 것처럼 멧돼지도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에코워커는 이런 멋진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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